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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호] 삶이 우리에게 묻는 몇 가지 질문


안윤모, Tour, 2012

선화랑에서 1월 16일까지 <6명의 발달장애 친구들과 함께하는 안윤모의 519일 그림여행>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문의 02-734-0458

가끔 생각합니다. ‘삶’도 때로는 무지하게 외로울 것이라고. 때로는 삶도 골목 모서리에서 주저앉기도 하고, 지독하게 매운 요리를 눈물콧물 빼며 먹어야만 생기는 용기가 필요하고, 부글부글 끓는 머리를 정신이 번쩍 나게 한 대 쳐줄 친구가 필요하고, 그럴 때마다 엄마나 아빠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따뜻해질 것이라고. 우리의 이 삶이라는 놈도 가끔은 카드놀이를 하면서 속임수를 쓰기도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고급 승용차를 타거나 맨발로 터벅터벅 걷거나 어찌 됐든 우리는 시간이라는 길을 갑니다. 그것이 울퉁불퉁한 흙투성이 길이건 쭉쭉 뻗은 고속도로건, 산으로 올라가건 아찔한 경사를 달려 내려가건 말입니다.

삶이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가 함께 링 위에 오른 적이기도 했다가, 가장 편안한 옷이기도 했다가, 갑옷으로 변신하기도 했다가. 12월에는 꽤 심하게 삶에게 상사병을 앓았습니다. 마치 얼굴에서는 광채가 나고 명품 수트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를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소녀처럼 말입니다. 조금 짜증이 나서 계속 딴지를 걸고 투덜거리고 어퍼컷을 날려줄까 혹은 발을 걸어버릴까 생각했습니다. 유머 감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이 놈에게 <개그 콘서트>나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을 무한 재생시켜줄까도 생각했습니다. 유머 학원에 등록시켜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꽤 괜찮은 생각 같았습니다. 그래요, 우리의 삶에는 유머가 필요하니까요. 엄마 몰래 벽에 형 얼굴을 그려놓고 후다닥 자는 척을 하거나 땅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장난치기 바쁜 아이처럼 말입니다. 내가 삶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장난은 뭘까 생각해야겠습니다. 얼굴 앞에 방귀를 뿡 뀌어버리거나 잔뜩 흔들어 놓은 콜라를 주거나 뒤에서 확 껴안아버릴까, 야한 속옷을 선물해 버릴까. 뭐든 푸하하핫 웃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요. 그래서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여유가 생겨서 엉뚱한 길로 가더라도 ‘재미있었어!’라고 말하고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말이죠.

삶의 진지한 질문 두 가지
1. ‘이런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 ‘엄마의 노력이 아이를 성공시킨다’ ‘아이를 영재로 만드는 엄마’… 지금 이 세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만 보면 엄마의 삶이 마치 아이의 성공 매뉴얼인 것처럼 보인단 말입니다. 엄마의 삶이 아이의 삶, 성공, 재능, 지능과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이 불가능한 짐을 진 엄마들은 언제나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가슴이 뛰고, 우는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이면 안 되는 걸까요?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아이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엄마이면 안 되는 걸까요?
2. 새해가 될 때마다 삶이 묻습니다. 행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습니까? 오늘은 무엇을 보고 있나요? 삶은 당신에게 친구입니까? 술 한잔 거하게 먹고 전화를 해도 반갑게 받아줄까요? 사랑을 고백해도 함께 웃어줄까요? 삶이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있습니까? 장세희 편집장

장세희 편집장의 1월 희망 플랜
● 눈사람 만들고 눈사람에 관한 이야기 만들기
● 이달의 요리: 아이와 함께 만드는 만두
● 올해 나만의 목표: 다른 사람을 웃기는 방법 배우기
● 이달의 질문과 대답: “0~3세 엄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잘 먹고 체력을 키우는 것” -김수연 박사(김수연아기발달연구소)
● 눈 속에 갇혔다면 추천할 만한 소설: 따뜻하고 맛있는 일상 속 판타지 <가든 스펠스>(사라 에디슨 앨런), 재기발랄한 웃음을 유발하는 <어떤 작위의 세계>(정영문)
● 이달의 연구 결과: 미국 보스턴대학 헬즈만 교수팀이 성공과 출세에 가장 중요한 요인을 연구하기 위해 7세 어린이 4백50명을 대상으로 40년간 추적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실패와 좌절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성공과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좌절을 이겨내는 힘이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 -<아이의 가능성>(장유경 지음, 예담)